미국에서 연수하던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한 수술 기법이 아니라, 진단에 들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병원을 거쳐 온 환자의 차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고, 필요하면 검사를 다시 하는 모습을 보며 순서를 배웠습니다. 좋은 수술은 정확한 진단 위에서만 가능합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지키려는 원칙도 여기서 나옵니다. 증상이 애매할수록 서두르지 않는 것. 백내장인 줄 알고 오셨지만 실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그 차이를 놓치면 수술을 잘해도 환자분은 여전히 불편하십니다.
설명은 되도록 쉬운 말로 드리려 합니다. 의학 용어를 정확히 쓰는 것보다, 환자분이 자기 눈 상태를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고 돌아가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언제 다시 오셔야 하는지도 스스로 아실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오래 보던 환자분들이 지금도 연락을 주십니다. 눈은 한 번 보고 끝나는 장기가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장기입니다. 그 긴 시간을 함께 볼 수 있는 의사이고 싶습니다.